[미래네트워크](3부) 눈치백단 스마트 네트워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스마트 네트워크 차이

 대학생 A는 조금 전 여자친구와 통화하다 싸우는 바람에 기분이 좋지 않다.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부모님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A의 안경이다. 그냥 안경이 아니라 PC와 연결된 지능화된 웨어러블 단말기다. A의 심박수와 체온, 호흡으로 심리 상태를 판별한 단말기는 A에게 기분전환을 위한 음악감상과 쇼핑을 추천한다. 음악감상을 고르자 A의 기분이 풀리도록 평소 즐겨 듣던 장르의 음악 중 현재 시각에 듣기 알맞다고 생각되는 곡을 순서대로 추천해준다. 음악을 듣다 A가 잠들자 단말기는 방의 시계와 교신, A가 신청한 온라인 강의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알람을 맞춘다.

 미래는 ‘공간(空間)’이 없는 사회다. 문자 그대로 빈 곳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미래 네트워크는 모든 공간을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센서 등으로 촘촘히 엮어 ‘모든 곳에 네트워크가 있고 모든 것이 네트워크인’ 사회를 만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말했듯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시간이나 우리가 보는 물건, 세금에도 교회에도 어디에든지 존재하는 것”이 바로 미래 네트워크다. 하지만 미래 네트워크와 영화의 매트릭스는 다르다.

 매트릭스는 막강한 기능과 인공지능으로 인류를 속박, 억압하고 착취했지만 미래 네트워크는 지능과 능력을 인간의 행복과 편리를 도모하는 데만 사용하는 ‘스마트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눈치가 백단=스마트 네트워크는 한마디로 눈치가 빠르다. 사용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네트워크가 주변의 각종 정보를 수집, 종합 분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상황인식 네트워크(context aware network), 눈치백단 네트워크다.

 이런 네트워크는 연결된 모든 사물에 내장된 컴퓨터가 사용자와 주변 사물 및 환경을 인식해 그에 맞는 적절한 판단을 내리게 됨으로써 구현된다. 사용자에 의한 의도적인 정보 입력과 컴퓨터·네트워크의 반응이라는 기존의 인간-컴퓨터 간 단선적인 인터페이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런 기술이 내장된 기기·네트워크는 A의 사례처럼 주변의 상황을 감지해 의료, 교육, 재난 구호, 디지털 홈, 사무실 환경, 여행 등 각종 분야에서 적절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RFID 등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 외에도 각종 상황인식 컴퓨팅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중에서도 △상황을 인지·판별·분석하는 ‘상황 모델링’ △정보모델을 바탕으로 상황정보를 모으는 과정인 ‘상황 센싱’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 상위 상황정보를 도출하는 메커니즘인 ‘상황정보 융합 및 추론’ 등이 스마트 네트워크 구축에 적용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보보호, 신뢰성 등은 신중히 다뤄야=물론 스마트 네트워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전에 해결할 과제도 있다. 가장 큰 것이 바로 프라이버시다. 스마트 네트워크에서 수집 처리되는 특정인의 행동, 생체, 심리라는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위해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표준적인 상황모델의 정립’이 미래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디까지를 상황정보로 볼 것인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벗어날 때를 대비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IBM은 상황인식 컴퓨팅에서 개인정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개인 신상 정보와 상황인식 데이터를 분리하는 방안을 들기도 했다.

 이 외 수많은 네트워크 단말기, 컴퓨터 중 어딘가가 고장났을 때 나타날 신뢰성 저하의 문제와 스마트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 문제 등 역시 많은 사회적 합의와 기술적 개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스마트한 미래 네트워크로의 진행을 잠시 늦출 수는 있어도 막지는 못한다. 유비쿼터스 세상에서 이어지는 시대적 조류는 이미 더 똑똑하고 더 편리하고, 더 빠른 네트워크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 네트워크로의 진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순욱 ETRC 연구기자 choisw@etnews.co.kr